
바울은 모든 서신서에서 자신을 ‘사도’로 소개합니다. 그런데 로마서 안에는 그가 다른 서신서 가운데 즐겨 사용하지 않았던 ‘Servant – 종’이란 단어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현대에는 신분의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이 서신서가 쓰여지던 당시 자신이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종’이란 신분은 어떤 한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노예’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를 알고도 자기 자신을 ‘종- slave’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때에 노예는 아니지만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많습니다. 예를들면, 그 주인이 ‘돈’인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의 주인이 ‘명예’ 혹은 ‘권력’인 사람도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조차 그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아닌, 이런 것으로 주인을 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종이란 단어는 아브라함, 욥, 모세, 다윗 그리고 하나님의 선지자들에게 쓰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노예, 다시 말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지배와 명령을 받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종은 증명서를 가지고 있었고, 적지만 보수도 받았습니다. 최소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면 아브라함과 욥, 모세, 다윗 그리고 선지자들이 하나님께 받았던 보수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이 무엇을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댓가로 받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도 바울 또한 그랬습니다. 그는 계약서를 작성한 노예가 아니라 자신이 자의적으로 자신에게 있는 자유를 포기하고 자신의 생명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아무 값도 받지 않고 완전히 맡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의적인 그의 종 됨은 잘 먹고 잘 살거나 혹은 그의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복음을 위한 그의 선택이었고 헌신이었던 것입니다.
종이란? 내가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나 됨이 그리스도로 말미암고, 복음으로 말미암으며, 복음을 위한 것이 되어야할 것입니다.